[윤명구 칼럼] 지금 우리에게 닥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윤명구 칼럼] 지금 우리에게 닥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 윤명구 기자
  • 승인 2020.06.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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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거나 끊어야!
고르디아의 매듭을 베는 알렉산드로스
고르디아의 매듭을 베는 알렉산드로스

현재 터키가 있는 소아시아 반도에 프뤼기아(Φρυγία)라는 임금이 없던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에 앞으로 임금이 될 이가 소달구지를 타고 올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 소달구지를 타고 왔던 이가 바로 고르디아스(Γορδίας) 또는 고르디오스(Γόρδιος)로 실제 임금이 되었다. 그가 임금이 된 다음 그의 소달구지는 프뤼기아의 신 사바지오스(Σαβάζιος)에게 바쳐졌고, 신관들이 이 소달구지를 신전의 기둥에 복잡하게 매듭을 묶어 뒀다. 그 다음에 다시 생긴 이야기가 고르디아의 소달구지를 묶은 매듭을 푸는 이가 임금이 된다였다.

그 다음 얘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Ἀλέξανδρος ὁ Μέγας, BC. 356~ BC. 323)이 동방원정의 길목에 프뤼기아를 둘렀을때, 이 얘기를 듣고는 그 매듭을 푸는 대신 칼로 단숨에 잘라버리고 그곳의 통치자까지 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와 비슷하게는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옛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남북조시대의 북제(北齊, 550 ~ 577)를 세운 고양(高洋, 529-559)이 아직 임금이 되기 전 아버지 고환(高歡)이 아들들에게 뒤엉킨 실타래를 풀라는 문제를 내렸는데, 고양이 이를 칼로 실타래를 아주 끊어버린데서 나왔다.

이 두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여럿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더 잘 새겨봐야 하는 것은 복잡한 세상의 일을 복잡한 그대로 생각만 하거나 미루기보다는 우리가 몸소 해보는 것 또는 가장 단순하게 목적만 추려 수행하는 게 나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본다.

자난 연말부터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전염병의 위험으로 시달린 지도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위험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꼴로 남북문제마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온 뒤 큰 변화는 없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6월 12일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라고 지시한 나흘 뒤(16일) 보란듯이 건물을 실제로 폭파해서 방송으로 공개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일방적으로 북한의 탓으로만 돌리기에 우리 정부가 2018년 1월 2일 양측 정상의 만남으로 그 동안의 단절을 회복한 다음 실제로는 그밖에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시피하다는 데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강압에 북한과의 실제적인 어떤 협력도 할 수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다시피하고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는 인상은 결코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북한이 남측을 비난하는 말에는 그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과 박근혜보다 더 무능하다는 식의 발언이 그것이다. 그 말의 속에는 그 둘이야 어차피 미국의 앞잡이 노릇하는 이들의 수장이니 그렇다 치지만, 문 대통령은 그들과 다르다면서도 오히려 그들보다 나은 게 딱히 안 비쳤다는 강력한 서운함과 배신감으로 읽힐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우리가 왜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너무 먹고 사는데만 몰두한 결과, 우리의 정책이 혹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까 두려워 했던 것이 가장 사실에 가까운 것 아니었겠나? 우리가 원해도 미국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우리가 우리 문제에 과연 외교권과 주권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있기는 했던가? 일본이야 미국에게 저항하다 전쟁까지 일으켜 졌던 전범국의 멍에로 그렇다지만, 우리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일본을 따라하는 까닭은 뭔가?

사실 지난해 10월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런 경고를 했을 때는 어린 친구의 투정으로 돌릴 수 없는 국제정세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지역에 국한 된 것이 아닌, 전세계를 패닉으로 몰고가는 무서운 글로벌 전염병의 창궐에 미국은 힘을 발휘할 여건도 안되었다. 바로 이때 우리는 남북문제를 슬기롭게 끌고 갔을 수도 있었을텐데도 그동안 다만 코로나방역 선진국으로 칭송받는 그것에만 안도해 있던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기억을 거슬러 1988년에서 1989년으로 올라가면, 독일은 그 당시에도 저물고 있던 미국의 현황을 잘 읽고 그 호기를 놓지지 않았다. 인종주의를 제외하면 한반도보다 중부유럽 분단독일이 미국에게는 더 돈이 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독일의 동방외교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긑내 독일이 통일되는 것을 그 많은 유태계의 반대에도 묵인해 줬다.

이제 미국에게 중동을 제외하고 큰 돈이 될 수 있는 곳은 한반도 밖에 안되는 상황이 어떻게 빚어졌는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 관료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것 말고는 달리 설명이 거의 불가하다. 정권이 달라져도 관료들은 늘공이라는 말처럼 따라 하는 것처럼 할 뿐 실제 움직이는 것에는 인색하다지 않던가?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경제주의로 짜여진 이 세계에서 경제문제는 지금 그 어떤 문제보다 비중이 큰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나게 될 때도 있다. 우리가 우리의 경제를 더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약점을 고치는데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닐까 싶다.

그 약점이 바로 남북분단이다. 우리의 자의로 나뉜 것도 아닌, 이 멍에를 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라! 그 분단의 덫에서 우리가 헤어나려는 노력은 과연 하고 있는가? 우리는 남북의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 남북통일로 가는 길을 이제 제대로 닦아야 할 때에 선 것이다.

우리가 눈앞의 경제에만 매달려서 미국의 눈치만 보다가는 그런 약점만 안고 살다 마치 꿀꿀이죽만 먹다 잡혀죽는 돼지꼴로 끝날 수도 있다. 비록 북쪽에서 거친 항의를 해왔지만, 그것을 남북이 서로 대결구도의 구실로 삼을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올바른 세상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나 북제의 고양처럼 인습의 매듧을 벨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때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몰론 우리 정부에도 더 많은 훌륭한 정책 및 외교 사안들이 있으리라고 보지만, 역사의 전환점에서는 슬기를 갖춘 지도자와 그의 용기 있는 결단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팩트코리아뉴스=윤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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