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구 칼럼] 고대국어에 보이는 인칭대명사
[윤명구 칼럼] 고대국어에 보이는 인칭대명사
  • 윤명구 기자
  • 승인 2020.06.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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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단수 대명사 *nas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이야기 속의 헌화가(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이야기 속의 헌화가(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제껏 세상에 그 뿌리가 비교적 잘 밝혀진 말붙이(Sprachfamilie, 語族)로는 인도-유럽, 셈 및 핀-우그리 갈래가 있다. 나머지는 엄밀히 말해서 모두 고도의 가설일 뿐이다.

우리말의 경우 그 밑바탕에 유라시아에 퍼져 있는 여러 말의 층(Schicht)이 두루 보이는대다 이른바 스와데시 리스트(Swadesh list)나 라이프치히-자카르타 리스트(Leipzig-Jakarta list) 같은 기초어휘목록의 ‘’와 ‘’ 같은 인친대명사만도 딱히 떨어지는 형태를 찾기 어렵다.

어형상 우리말 는 중세. 나ㅎ에서 나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 나ㅎ는 어떨까? 옛 글인 삼국유사에 나오는 향가 헌화가에는 어떤 받침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헌화가 풀이
헌화가 풀이

윗 글 양주동 선생의 풀이에서 중세의 모음조화까지 생각해서 의 일관성을 지키려 애쓴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肹은 일반적으로 /을 나타내던 향가의 이나 구결 과 달리 특정 소리마디인 /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吾- 및 花를 모두 충족시키는 소리는 또는 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 < < 은 자명해 보이고, 慚肹-伊賜等의 慚肹-에 *#Vs-를 충족시키는 말을 찾아야 한다.

양주동선생은 부끄럽-(중세. 붓그럽-)이란 말을 대입했는데, -은 그렇다치고 나머지 -리샤ㄷ.ㄴ이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 같은 뜻의 수줍다(중세. 싀스럽다)나 스스럽다 및 -기에서 -/-/-이라는 어근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는 ‘저(것)’를 가리키는 말로 중세의 에 맞고 더욱이 중세에 -더시든(현대. -시거든)에도 들어맞는다.

다만 앞서 <말소리는 달라진다 - 훈민정음과 한글>에서 생각해 봤듯이 이제 소리나 중세소리를 바탕으로 삼국이나 고려시대의 홀소리를 정교하게 되짜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국정운에는 肹을 흐ᇙ로 적었고, 중고지나음으로는 *xjət(칼그렌) 또는 *hɨt(潘悟云)로 되짠다. 따라서 조선초의 모음조화까지 반영된 ㅎ.ᇙ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세에 모음조화가 있다고 그보다 이른 때에도 같이 있었으리라고 보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어쨌든 헌화가에 나온 吾은 나머지 慚- 및 花과의 공통관계에서 이렇듯 받침소리 *-s를 찾을 수 있어 삼국유사의 배경기준으로 본 고대국어나 삼국유사가 쓰여진 시대기준으로 본 고려국어에서 1인칭 대명사 나의 꼴은 * 또는 *nas가 아니었을까 싶어 보인다.

이  1인칭 대명사 * 또는 *nas는 우리 이웃 어느 겨레의 말에서 비슷한 꼴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몽골말의 사격(斜格, oblique case)에 보이는 nad-나 nam-을 들곤 한다. 그런데 사소해 보이지만, 몽골말의 받침/접사인 -d나 -m은 그 뿌리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퉁치듯이 갖다 붙이면 우리말 옛 1인칭 *nas와 가장 비슷하거나 같아 보이는 말은 지리적으로 더 멀리 떨어진 인도-유럽갈래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유럽 갈래의 1인칭 대명사 *nVs꼴
인도-유럽 갈래의 1인칭 대명사 *nVs꼴

그밖에 또 하나는 바로 옛 왜말에서 찾을 수 있다. 김공칠 선생의 고대일본어(1998, 51-52쪽)에는 奈勢/名兄(吾背, *na-se), 奈弟(吾弟, *na-oto)를 각각 꼬리(Suffix)나 끝(Endung)이 덧붙은 말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nas-V로 된 짜임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흘러 2000년도 더 흘렀으니, 사람들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고, 말도 그 특성이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속의 북방유목민으로 중국에 동화되어 자신들의 말을 모두 잃어버린 경우가 아니라면, 비록 차용어는 늘지라도 동계를 알려주는 기초어휘목록의 ‘’와 ‘’ 같은 인친대명사는 바뀌기 어렵다 못해 거의 안 바뀐다고 한다.

한국어의 뿌리가 어디라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런 기초어휘목록의 항목기준 이웃말들과의 대응이 거의 안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지금 헝가리나 핀란드의 사람들이 유럽으로 들어가서 모습이 다 바귀고 피갈음이 다 되었어도 아시아 인종이라고 하듯이 우리도 그 반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와서 터를 잠은 인종의 섬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팩트코리아뉴스=윤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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