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구 칼럼] 원숭이를 가리키던 납과 바다를 가리키던 나미
[윤명구 칼럼] 원숭이를 가리키던 납과 바다를 가리키던 나미
  • 윤명구 기자
  • 승인 2020.05.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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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와 너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민화속 원숭이(퍼온 곳: http://artminhwa.com/)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민화속 원숭이(파온 곳: 민화)

훈민정음 해례본의 용자례에는 爲猿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 납의 말찰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삼국사기(1145) 권36 지리3에는 邑縣本百濟村縣景德王改名今麗水縣이라 적혀 있다. 여기서 海≈猿의 뜻과 소릿값의 대응을 미뤄볼 수 있는데, 또 麗水라는 고려적의 표기도 마냥 흘려볼 수 만은 없는 듯하다. 또 같은 책 35권에 瀑池郡本高句麗內米忽郡와 37권에 內米忽(一云池城一云長池)이 나와서 고구려말에서도 바다나 못[池]을 비슷하게 소리를 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海≈猿≈麗水≈瀑池≈內米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소리를 하나씩 헤아려 보도록 해보자. 무엇보다도 소리를 나타냈던 표기로 內米 *nojmi(동국. /훈몽. ㄴ.ㅣ)를 빼면, 그 다음 훈민정음 해례의 납爲猿이 있어서 *nVbi(> 잔-나비)를 되짤 수 있다.

그 다음으로 瀑池를 분석해보면, 瀑은 파도의 용솟음치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너울을 찾을 수 있다. 또 너울은 제주사투리 누팔을 볼 때, 앞선 꼴이 *너블일 것을 미뤄볼 수 있다. 뒤쪽 池는 ‘못’으로 결국 -mV라는 소리를 뒷받쳐 주는 구실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머지 麗水는 *liei-mu(l)로 되짤 수 있다. 앞쪽 소리 *liei-는 지나 중고음과 동국정운()에서 꺼낼 수 있으며, 뒤쪽 뜻 *-mu(l)은 땅이름인 부산 모라-동이나 일본의 무라(むら)로 나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앞서 邑과 村에 대응하면서도 함께 전체적인 *lVmu(l)을 나타내려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서로 조금씩 다른 네 소리를 모아 비교언어학적으로 되짜볼 수 있는 꼴은 아래의 표에서 보이는 바와 같다.

바다를 뜻하던 소리
바다를 뜻하던 소리

그러면 *lVmu- ‘바다, 물결’이라는 소리와 뜻을 가진 말이 우리 이웃에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 우리와 역사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도 있는 일본이나 만주의 에벤키를 비롯해서 우디거까지 두루 나티난다. 게다가 ㄴ-과 ㄹ-로 조금 달리 보였던 소리꼴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는 첫소리의 ㄴ-이 원래 ㄹ-에서 나왔음을 알려준다.

이웃말에서 보이는 바다를 뜻하는 소리
이웃말에서 보이는 바다를 뜻하는 소리

그러면 현대 한국말에는 *lVmu와 이어질 수 있는 말이 없을까? 아마도 우리말 (중세. )이 그러해 보이며, 일본말 ぬま[沼] 및 나아가 우리말 오미 ‘물이 괸 곳’와 일본말 うみ과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런데 海邑縣本百濟猿村縣라는 글도 사실상 훈민정음해례의 납爲猿를 따라 생각해 보면, 결국 삼국사기가 적히던 그때의 고려말로 猿을 *납이나 또는 그 비슷한 소리로 냈을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百濟猿村縣에서 猿이 쓰였다고 반드시 백제말로 원숭이를 이라 한 것뿐만 아니라, 바다[海]도 /이라 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선초기에 보이던 납은 그 보다 앞서서도 마찬가지로 *nap-만은 아니었 수 있다. 앞서 보기를 들었던 것처럼 바다를 뜻하던 *lam(b)-와 麗水*lje-mu(l)에서처럼 *lVmu라는 소리를 냈을 수도 있다.

그럼 잠시 원숭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원숭이는 원래 우리 땅에 살던 또는 살아온 짐승은 아니며, 한때 바다 건너 어디에서 들어왔을 수 있어 보인다. 따라서 중세의 납이란 말도 그렇게 어디에선가 들어왔거나, 또는 그 짐승의 어떤 특성을 가리키는 말에서 나왔을 수 있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 동남, 중앙 및 서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원숭이가 퍼져 사는 곳의 원숭이를 가리키는 여러 이름에서 *nVbV 또는 *lVmV꼴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납은 후자처럼 이 짐승의 어떤 특성을 가리킨 우리말에서 나왔을 수 있다.

우리는 원숭이는 쨉싸고 까불대는 짐승으로 여긴다. 이는 근대까지 ㅈ.ㅣㄴ-나비(< ㅈ.ㅣㄴ-(恩重經)/ㅈ.ㅣㅅ-(杜解))이라고 했다. 또한 그 가볍고 까불대는 특성으로 이웃 일본사람의 특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런 특성을 뜻하는 말에 나불-이있다. 이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주둥이를 나불거리다의 그것이며, 다른 하나는 잎사귀가 바람에 나불거리다의 그것이다.

원래 두 낱말의 뿌리는 달랐겠지만, 의미론적으로 일부 통합 또는 혼화가 이뤄졌다. 어쨌든 두 말에서 가볍게 흔들리다/움직이다란 뜻을 찾아낼 수 있다. 나불은 다시 -로 나눌 수 있어 보인다. 중세의 두시언해와 류합에는 -.ㅅ-기-(> 나부끼다)라는 말이 보이는데, 나불-과 마찬가지로 -ㅇ.ㅅ-으로 이뤄진것으로 *-이라는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울-과 -ㅇ.ㅅ-은 뜻을 줄여주는(Diminuitiv) 옛 문법소의 잔재로 보여지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猿]이 나불-이나 나붓-의 납-과 이어진다면, 이런 말을 뿌리이름씨(Wurzelnomen, 語根名詞)라고 한다.

팩트코리아뉴스=윤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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