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구 칼럼] 어순(語順, word order)과 어족(語族, language family)
[윤명구 칼럼] 어순(語順, word order)과 어족(語族, language family)
  • 윤명구 기자
  • 승인 2020.05.1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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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어순은 거의 모든 어족에 두루 나타난다.
현재 SOV언어 분포(사진: linguisticmaps.tumblr.com을 가공)
현재 SOV언어 분포(사진: linguisticmaps.tumblr.com을 가공)

지난 고교시절이던 80년대 “우리말은 첨가어로 어순이 주어+목적어+서술어인 알타이어족 계열에 속하며...” 라며 국어선생님께서 어정쩡한 까까머리를 했던 우리에게 가르치시곤 했다. 이제라고 크게 달라진 것이 있나 싶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못 알려져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말의 알타이어족 동계설과 관련하여 어순이 같다느니 따위이다. 하지만 언어유형학(typology)에서는 벌써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어순은 어족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어순이 무슨 어족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가르치고 배웠는지 모르겠다.

어족별로 어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라틴말이나 독일말처럼 명사와 동사의 곡용과 활용에서 어간에 어미나 접사가 녹아 든 말을 굴절어(inflected language)라고 한다. 같은 갈래 인도-아리안의 르그베다(Ṛgveda, BC. 17.~11.C)부터 현대 힌디와 방언들과 이란의 옛 페르샤, 아베스타 등부터 현이란 및 방언들은 역사시대부터 이제껏 주어+목적어+서술어의 모습을 바뀜없이 보여준다. 비교인도유럽언어학에서는 원인도-유럽말의 어순도 SOV(주어+목적어+서술어)이거나 또는 자유로왔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말이나 일본말처럼 명사와 동사의 곡용과 활용에서 어간에 어미나 접사가 붙은 것이 구분되는 말을 첨가어(agglutinative language)라고 한다. 이에 속하는 핀-우그리(Finno-Ugric) 갈래의 대표주자인 핀말과 헝가리말은 어순이 이웃한 유럽의 여러 말처럼 주어+서술어+목적어 (SVO)로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명사와 동사의 곡용과 활용이 전혀 없는 고립어(isolating language)인 중국말과 함께 같은 한-장어족(Sino-Tibetan languages)에 딸린 티벳말은 유형상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교착어에 속하며 어순도 SOV로 같다.

즉, 같은 어족이라도 드러나는 형태는 저마다 달리 나타날 수 있을 뿐, 반드시 같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는 같은 시간대를 다루는 공시적(synchronic) 상황에서 얘기한 것이다. 이를 시간의 흐름이라는 역사 속에서, 달리 말해서 통시적(diachronic)으로 살펴보면 더 극적이다. 과거에 어떤 형태를 지녔던 말이 그때그때 달라지다 현재는 전혀 다른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매우 흔하다.

그런 대표적인 언어가 유럽의 게르만 갈래 영어나 독일어 및 로망스 갈래의 프랑스말 따위가 그렇다. 이들 말은 과거 그들 언어사에서 고대라는 시기에는 당연히 굴절어에 SOV나 어순이 자유로운 형태를 보여줬지만,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서는 형식적 굴절어미만 남았을 뿐 실제로는 중국어처럼 고립어에 가깝게 달라졌으며, 어순도 SVO로 고착화됐다.

또 고립어의 전형이라는 중국말도 이런 통시적 관점에서는 굴절어인 유럽말과 그리 다르지만은 않다. 다만 뜻글자(ideogram)라는 태생 때문에 서구언어학적 고증은 어렵지만, 그래도 대전(對轉, juxtaposing turns)이라는 현상을 빌어 중국어에도 과거 곡용이나 활용 같은 또는 적어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나 뒷날 기준으로 시경의 각운을 봤을 때 1. 콧소리받침(ŋ, n, m)이 있는 글자와 2. 없는 글자 및 3. 터짐소리받침(k, t, p)가 서로 통했다는 것은 인도-유럽비교언어학적 시각에서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모두 3. 터짐소리받침(k, t, p)가 기본이고 나머지는 1. 콧소리 접요사(infix)나 접미사(suffix)가 붙거나 2. 때에 따라 뒤에 다른 홀소리가 덧붙거나의 차이인 것이다. 이런 것은 결국 중국어도 한때 활용과 곡용 같은 굴절특성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우리말도 중세국어에서 명사의 굴절에는 인도-유럽어에 보이는 것 비슷한 곡용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위인 고려나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상 우리말이 순수한 교착어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유형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나의 말[言語]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도 또는 저렇게도 달라지는데, 비록 같은 어족에 속한다 해도 그 언어유형까지 꼭 같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우리 말처럼 어족의 규명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말을 지난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알타이설로 묶고 그 특성을 주절거리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어리석거나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팩트코리아뉴스=윤명구 기자 ut_mg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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