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남의 내면여행CASA] 킬레가 또 데켕게
[이광남의 내면여행CASA] 킬레가 또 데켕게
  • 이광남 KJA석좌교수&미러클코치
  • 승인 2019.03.15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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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동백이라는 노래가 있네요.
시린 겨울 눈속에서 피는 동백처럼

삶의 역경과 함께 때가 되면 저절로
피는 "자신"이라는 꽃,

심한 미세먼지에도 봄은 봄으로
매화도 시나브러 수줍은 꽂봉오리,
곧 함박웃을 때가 가까웁네요.

삶의 계절이야기가 있는 글을 곧 올
춘분, 봄과 함께 나누네요.

부엔 까미노 _()_

 

 

한 스승에게 네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는 제자들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명씩 차례대로 여행을 보냈다. 먼 곳에 있는 배나무 한 그루를 보고 오는 여행이었다. 그런 다음 각자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게 했다.

첫 번째 제자는 겨울에 가서 그 나무를 보았다. 나무는 차가운 바람 속에 잎사귀도 없이 헐벗음 자체였다. 껍질 속 중심부까지 메말라 있었다. 제자는 돌아와서 스승에게 나무가 못나고, 굽었고, 아무 쓸모없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암시하는 생명의 힘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봄에 가서 나무를 보고 온 두 번째 제자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본 나무는 가지마다 새 움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뿌리는 끊임없이 생명수를 길어 올리고, 마치 봄과 사랑에 빠진 무언의 몸짓처럼 움마다 봄기운을 단단히 오므려 쥐고 있었다. 제자는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나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제자는 초여름에 나무를 보러 갔다. 그를 맞이한 나무는 온통 흰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뿌리는 단단히 땅을 움켜쥐고 있고, 수술과 암술을 보듬어 주는 꽃들에서는 감미로운 향기가 났다. 그 만개한 세계에 이끌려 다른 존재들이 모여들었다. 제자는 여태껏 본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난 네 번째 제자는 어떤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가을에 가서 나무와 만난 그는 가지가 휘어질 만큼 매달린 황금빛 열매들을 목격했다. 그 열매들은 태양과 비바람에 자신을 내맡긴 믿음의 결과였다. 제자는 돌아와서, 햇빛과 비를 당분으로 바꿔 풍요와 결실을 이뤄 내는 나무의 연금술에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스승은 네 명의 제자를 불러 모두의 의견이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지만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각자가 본 것은 그 나무의 한 계절에만 해당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스승은 말했다.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선 안 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만 겪어 보고 포기하면 봄의 약속도, 여름의 아름다움도, 가을의 결실도 놓칠 것이다."

작자 미상의 이 이야기는 타인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에도 해당된다. 모든 것을 잃고 서리와 얼음으로 덮인 나무일 때, 헐벗은 가지에 바람소리만 가득할 때, 그것으로 자신의 전 생애를 판단해선 안 된다. 연약한 움을 틔운 시기에는 그 연약함이 오므려 쥔 기대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삶에서 오는 기쁨, 깨달음의 결실은 모든 계절의 빛과 별자리들이 건네주는 선물인 것이다.

배나무를 보기 위해 떠난 제자들처럼 우리는 모든 계절을 품고 한 계절씩 여행하는 순례자들이다.

또한 우리 자신이 한 그루의 나무이다. 나무는 계절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그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계절들 밑에서 흐르는 생명의 의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아직 삶이라는 여행을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다. 어떤 계절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나무는 잘 안다. 어떤 겨울도 견디고 남을 만하다는 것을.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내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살아가는 일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아는 것이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아는 것이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류시화


팩트코리아뉴스=이광남 KJA석좌교수&미러클코치 hint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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