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남의 내면여행CASA]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광남의 내면여행CASA]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광남 KJA석좌교수&미러클코치
  • 승인 2018.12.29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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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찡긋한 차운 공기에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나는 때입니다.
해걸음도 빨라 어느덧 2018년도 이틀후면 그 걸음을 멈추네요.

말이 없는 삶의 배경에서 웃고 울며 피어나는 인생이라는 장미,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 안의 미스틱로즈를 만날 수 있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짧게라도 해 볼까합니다.

지금여기라는 신비가 꽃피우는 오늘인가요?
부엔 까미노_()_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일본 우동집들은 일 년 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도 이날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날은 일 년 중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밤이 깊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10시가 지나자 손님도 뜸해졌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인 우동집 주인아저씨는 입을 꾹 다문 채 주방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남편과는 달리 상냥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인 여자는, 임시로 고용한 여종업원에게 특별 보너스와 국수가 담긴 상자를 선물로 주어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요오코 양, 오늘 정말 수고 많이 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네, 아주머니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오코 양이 돌아간 뒤 주인 여자는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이제 두 시간도 안 되어 새해가 시작되겠구나. 정말 바쁜 한 해였어.'하고 혼잣말을 하며 밖에 세워둔 간판을 거두기 위해 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더니 두 명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습니다.
여섯 살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애들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낡고 오래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손님은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머뭇 말했습니다.
"저…… 우동…… 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 늦은 저녁에 우동 한 그릇 때문에 주인 내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여주인은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바로 옆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인 여자는 주방 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주인아저씨는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다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우동 1인분!"

그는 아내 모르게 1인분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았습니다.
그는 세 사람 행색을 보고 우동을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는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여기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가득 담긴 우동을 식탁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며 오순도순 먹고 있는 세 사람 이야기 소리가 계산대 있는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국물이 따뜻하고 맛있네요."
형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습니다.
"엄마도 잡수세요."
동생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가닥 집어 어머니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비록 한 그릇 우동이지만 세 식구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윽고 다 먹고 난 뒤 150엔 값을 지급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사람에게 주인 내외는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뒤, 새해를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섣달 그믐날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 반코트를 본 순간, 일 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 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말했습니다.

"저…우동 1인분입니다만 …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말했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본 주인아저씨는 밖을 향하여 크게 외쳤습니다.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 하는세 사람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 맛있어요…"
동생이 우동 가락을 먹으며 말했습니다."올해에도 이 가게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이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우동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중에서

팩트코리아뉴스=이광남 KJA석좌교수&미러클코치 hint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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